국내 증권사 앱으로도 미국 주식은 얼마든지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영어로 된 외국 증권사에 계좌를 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유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조건이 좋아서 남고, 화면이 불편해서 떠납니다.
이 글에서는 그 좋은 쪽과 불편한 쪽을 같이 보겠습니다. 어느 한쪽만 보고 계좌를 여시면 대개 첫 주에 후회하십니다.
이름은 Interactive Brokers, 하는 일은 시장으로 들어가는 창구입니다
IBKR은 Interactive Brokers의 줄임말입니다. 전 세계의 트레이더와 헤지펀드가 쓰는 가장 안정적인 글로벌 브로커 중 하나로 꼽히는 회사입니다. 다만 이 회사를 “해외 주식을 살 수 있는 곳” 정도로 이해하면 왜 쓰는지가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국내 증권사도 해외 주식은 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IBKR의 성격은 상품을 골라 파는 소매점보다 시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통로에 가깝습니다. 아래 항목들은 전부 그 성격에서 따라 나옵니다.
계좌 하나로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이 넓습니다
IBKR 계좌 하나로 미국 주식과 ETF는 물론이고 옵션과 선물, 여러 나라의 거래소, 채권과 지수, 국가에 따라서는 CFD까지 접근할 수 있습니다. 지금 미국 주식만 사고팔 생각이라면 이 폭이 당장 와닿지는 않습니다. 다만 투자하는 사람의 관심은 몇 년 단위로 옮겨 다닙니다. 그때마다 새 증권사를 알아보고 계좌를 트고 다시 송금하는 과정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계좌를 바꾸지 않아도 되는 것은 생각보다 큰 편의입니다.
거래가 잦은 사람일수록 수수료 차이가 벌어집니다
IBKR은 전 세계 브로커 중에서도 수수료가 낮은 축으로 유명합니다. 미국 주식 수수료가 매우 낮은 편이고, 주문 규모가 커져도 체결이 안정적입니다. 호가 차이인 스프레드가 좁고 시장에서 실제로 체결되는 비율도 높습니다.
수수료는 한 번의 거래에서는 티가 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매번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사고팔기를 자주 하는 분일수록 작은 차이가 계속 쌓여 결과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1년에 두세 번 사놓고 묻어두는 분에게는 별 차이가 없고, 매달 손을 대는 분에게는 매년 눈에 보이는 금액이 됩니다.
주문은 빠르게 나가고, 지금 어디까지 갔는지 화면에 보입니다
주문을 낸 다음 응답이 돌아오는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입니다. 손절을 걸어두는 스탑 주문이나 시장가 주문에서 처리가 밀리는 일이 거의 없고, 변동성이 크게 튀는 날에도 서버가 잘 버티는 편입니다. 급한 날 주문 창이 먹통이 되는 경험을 해보신 분이라면 이 항목의 값어치를 아실 것입니다.
속도만큼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IBKR은 주문 하나가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상태로 구분해 기록합니다.
| 상태 | 지금 주문이 있는 자리 |
|---|---|
| PreSubmitted | 접수는 되었지만 아직 시장에 나가기 전입니다 |
| Submitted | 시장에 나가서 체결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
| Partially Filled | 주문 수량 가운데 일부만 체결되었습니다 |
| Filled | 주문이 전량 체결되었습니다 |
| Cancelled | 주문이 취소되었습니다 |
덕분에 내 주문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두고 애매하게 남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로그인에는 휴대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IBKR은 휴대폰을 쓰는 2차 인증을 필수로 걸어둡니다. 비밀번호를 아는 것만으로는 계좌에 들어갈 수 없다는 뜻입니다. 매번 휴대폰을 꺼내야 하니 번거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국내 증권사보다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계좌에 목돈을 넣는 입장에서는, 이 번거로움이 그대로 안전장치라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대신 첫 주가 불편합니다. 화면이 전부 영어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단점입니다. 그리고 이 단점은 미리 알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부딪히는 것의 차이가 큽니다. 계좌 개설부터 주소 입력, 입금 메뉴, 주문 내역까지 모든 페이지가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기능이 많고 전문적이라 메뉴 구조 자체가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처음 쓰는 분은 원하는 항목이 어느 메뉴 아래 숨어 있는지 찾는 데만 시간이 걸립니다.
다행인 것은 이 불편이 한 번으로 끝난다는 점입니다. 초기 설정을 끝내고 나면 매일 들여다보는 화면은 몇 개로 줄어들고, 그때부터는 영어라는 사실을 거의 의식하지 않게 됩니다.
국내 증권사가 대신 해주던 두 가지를 직접 하셔야 합니다
더 실질적인 단점은 이쪽입니다. 국내 증권사가 알아서 처리해주던 일이 내 몫으로 넘어옵니다.
첫째는 세금입니다. 국내 증권사는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를 자동으로 계산해주지만 IBKR은 그렇지 않습니다. 연간 매매 손익을 뽑아내고, 비용을 정리하고, 해외주식 양도세 신고까지 직접 하셔야 합니다. 번거로운 과정이지만 기록 자체는 매우 투명하고 정확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자료가 없어서 못 하는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둘째는 입금입니다. 국내 증권사처럼 앱에서 몇 번 눌러 끝나지 않고 단계를 밟아야 합니다.
- 은행에서 송금 거래 은행을 통해 IBKR 계좌로 돈을 보냅니다.
- IBKR에서 입금 알림 입력 보냈다는 사실을 IBKR 쪽에도 직접 등록해야 합니다.
- 계좌 반영 대기 몇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예외적으로 더 지연되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서 장이 열리는 것을 보고 나서 급하게 송금하는 방식은 잘 맞지 않습니다. 돈은 미리 넣어두고 기다리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맞는 계좌인가
장단점을 나란히 놓고 보면 성격이 분명하게 갈립니다. 불편은 대부분 초반에 한 번 몰려 있고, 이점은 거래할 때마다 조금씩 돌아옵니다. 영어 화면과 입금 절차는 처음 며칠만 넘기면 되는 비용이고, 수수료와 체결은 계좌를 유지하는 내내 따라오는 이득입니다. 그래서 한두 번 사두고 몇 년을 묻어둘 계획이라면 굳이 이 고생을 하실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반대로 앞으로 계속 손을 댈 생각이라면 초반의 불편은 회수되는 쪽에 가깝습니다.
IBKR은 계좌 하나로 넓은 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수수료가 낮으며, 주문 처리와 상태 기록이 투명합니다. 대신 화면은 전부 영어이고 메뉴가 직관적이지 않으며, 양도소득세 신고와 입금 절차는 직접 챙기셔야 합니다. 초반의 불편을 한 번 넘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계속 거래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계좌입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법률·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해외 증권사 이용과 세금 신고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진행 전 거래 은행 외환 창구나 세무·법률 전문가에게 개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화면과 정책은 바뀔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