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R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같은 안내가 따라다닙니다. Trusted Contact Person을 등록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설정 화면을 열 때마다 보이고, 알림으로도 반복해서 뜹니다.
그런데 무시해도 거래는 막히지 않습니다. 주문도 그대로 나가고 출금도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 그냥 넘기게 되는데, 넘길수록 찜찜함이 하나 남습니다. 등록하면 그 사람이 내 계좌를 들여다보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그것입니다. 꼭 해야 하는지, 등록하면 계좌를 볼 수 있는지, 자금에 손댈 수 있는 건 아닌지. 답부터 먼저 드리겠습니다.
등록해도 그 사람은 계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Trusted Contact Person으로 등록된 사람에게 주어지는 권한은 없습니다. 일부만 열리는 것도 아니고, 하나도 없습니다.
| 항목 | 등록된 사람이 할 수 있는가 |
|---|---|
| 계좌 로그인 | 할 수 없습니다. 계좌에 접속하는 수단 자체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
| 잔고 조회 | 할 수 없습니다. IBKR은 이 사람에게 계좌 정보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
| 매매 | 할 수 없습니다. 대신 사고파는 권한이 아닙니다. |
| 출금 | 할 수 없습니다. 자금을 움직이는 것은 계좌 주인뿐입니다. |
| 설정 변경 | 할 수 없습니다. 계좌 설정에 손댈 수 없습니다. |
이름이 오해를 부르는 항목입니다. Trusted Contact Person을 그대로 옮기면 신뢰할 수 있는 연락처가 되는데, 여기서 무게가 실린 단어는 신뢰가 아니라 연락처입니다. 계좌를 맡길 사람이 아니라 전화를 받을 사람을 적는 칸입니다.
그럼 이 연락처는 언제 쓰이는 걸까요
IBKR이 이 정보를 요청해두는 상황은 세 가지입니다. 계좌 주인과 장기간 연락이 되지 않을 때, 계좌 보안에 문제가 의심될 때, 그리고 고령이나 사고, 분쟁처럼 특이한 상황이 생겼을 때입니다.
이때도 IBKR이 하는 일은 계좌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계좌 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뿐입니다. 거래를 대신하거나 계좌를 관리하라고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사라졌을 때 나를 찾아줄 사람입니다. 그래서 등록한 뒤에도 자금과 거래는 전부 본인 통제 아래 그대로 남습니다.
IBKR이 이 요청을 계속 띄우는 이유
IBKR은 미국 금융 규제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증권사입니다. 고령 투자자와 장기 계좌를 보호하는 정책, 그리고 글로벌 표준에 맞춘 컴플라이언스를 계좌마다 적용합니다. 비상 연락처를 받아두려는 것도 그 절차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등록하지 않았다고 계좌에 제재가 붙지는 않고, 다만 등록할 때까지 안내가 반복됩니다. 압박이라기보다 보호 장치를 하나 더 두려는 쪽에 가깝습니다. 국내 증권사만 쓰다 넘어오면 처음 보는 항목이라 낯설게 느껴지지만, 성격을 알고 나면 미룰 이유가 없는 설정입니다.
누구를 적을지가 사실 제일 오래 걸립니다
조건은 까다롭지 않습니다. 본인과 연락이 잘 되는 사람,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계좌를 대신 관리할 일이 없으니 금융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는 배우자나 부모, 형제 중 한 명을 적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투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일 필요는 없습니다. 내 소식이 끊겼을 때 그 사실을 알아차릴 사람이면 됩니다.
메뉴는 Account Profile 안에 있습니다
등록 자체는 몇 분이면 끝납니다. 계정 설정에서 Account Profile로 들어가면 Trusted Contact Person 항목이 있습니다. 어려운 것은 절차가 아니라 위치입니다. 평소에 들어갈 일이 없는 화면이라 알림만 보고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실제로 채우는 칸은 세 종류뿐입니다
항목 이름은 전부 영문이지만 묻는 내용은 단순합니다. 먼저 Association Type은 손댈 필요가 없습니다. 기본값이 Trusted Contact Person이고, 그대로 두시면 됩니다.

다음은 Relationship to You입니다. 본인과의 관계를 고르는 칸이고, Parent(부모), Child(자녀), Sibling(형제), Spouse(배우자), Other 중에서 해당하는 것을 선택하면 됩니다. 가족이든 신뢰할 만한 지인이든 관계 자체가 심사 대상은 아니니 고민할 부분은 아닙니다.
마지막 Profile Details에는 이름을 영문으로 넣고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계의 정확한 명칭이 아니라 실제로 연락이 닿는 정보입니다. 쓰지 않는 번호나 오래된 메일 주소를 적으면 이 설정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빈칸이 됩니다.

등록하지 않고 버티면 어떻게 되나
거래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이 항목이 비어 있다고 해서 주문이 거절되거나 출금이 멈추지는 않습니다. 다만 설정 화면과 알림에서 등록 요청이 계속 표시됩니다.
IBKR을 길게 쓸 생각이라면 초기에 한 번 등록해두는 편이 깔끔합니다. 몇 분이면 끝나는 입력이고, 그 뒤로는 다시 열어볼 일이 거의 없는 화면입니다.
미루는 이유가 불안이라면, 그 불안은 근거가 없습니다
이 설정을 미루게 만드는 것은 귀찮음보다 대개 불안입니다. 계좌에 누군가를 연결한다는 말이 실제보다 크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넘어가는 것은 권한이 아니라 연락처 한 줄입니다.
Trusted Contact Person은 비상 연락용 연락처입니다. 계좌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고, 등록한 뒤에도 자금과 거래는 전부 본인 통제 아래 있습니다. 등록하지 않으면 거래가 막히는 대신 알림이 계속됩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법률·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해외 증권사 이용과 세금 신고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진행 전 거래 은행 외환 창구나 세무·법률 전문가에게 개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화면과 정책은 바뀔 수 있습니다.